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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Thinking

완전하게 금속으로만 제작된 물질적 특성이 잘 부각된 전통적 금속공예기법에 충실한 작업이라는 점과 다르게 공예적 한계를 뛰어넘어 시공을 초월한 내밀적 시정의 풍경으로 와닿는다

Conception

금속으로 그린 그림

‘금속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개념은 김승희 작품의 또 다른 줄기이다. 작가 자신이 정리한 연대별 작품세계를 살펴보면, 작가의 연륜이 길어질수록 공예에서 회화, 조각으로 조형적 관심이 확장되어 감을 알 수 있다. 90년대 민화(民畵)에 대한 관심과 재해석을 거쳐, 2000년대에는 <금속으로 그린 풍경>이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

금속으로 그린 자연의 시정(詩情)

쇠로 그린 김승희의 그림들이 편안하고 넉넉하다. 그것은 비움의 미학에서 비롯된다.

금속 회화 작품은 쇠를 자르고 붙이고 다듬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금속이라는 재료의 특성상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단순화될 수밖에 없는데, 김승희의 경우에는 그 단순화, 대담한 생략, 비움 등이 오히려 조형적 강점이 되며 상승효과를 낸다. 붓으로 그린 그림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 김승희의 경우 ‘그림을 그린다’가 아니라 ‘그림을 만든다’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을 만든다…

김승희처럼 공예에서 출발하여 표현 영역을 거침없이 넓혀가는 경우, 공예적 요소나 디자인적 틀, 장식성 등이 자유로운 표현에 걸림돌이 되기 쉽다. 실제로 그런 예를 많이 본다. 대부분의 경우 그 걸림돌에 걸려 넘치거나 모자라게 된다. 그런데 김승희의 경우는 그 걸림돌들을 징검다리나 도약대로 삼아 새로운 지평으로 뛰어넘어가는 슬기를 보여준다.

김승희는 작품의 소재를 민화(民畵)에서 빌려온 예가 많다고 하는데, 소재를 빌려왔을 뿐 공간 배치나 과감한 여백 남기기 등에서는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열어간다.

<투명한 공간> 연작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입체적 공간 인식이나 <금속으로 그린 풍경>에서 바람이 통하는 열린 공간 처리 방법 등은 매우 탁월한 조형언어다. 김승희 식의 개성적 여백의 미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모든 미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특히 공예에서는 손과 머리와 가슴의 균형이 핵심적인 요소다. 어느 하나가 튀어나와 조화가 깨지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기능공에 머무느냐 작가가 되느냐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에 따라 손과 머리와 가슴의 몫을 치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물론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작가의 자기 제어가 필수적이다.

특히 김승희처럼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때는 더욱 치밀한 컨트롤이 요구된다. 금속 작품의 제작 과정이라는 것이 대체로 잡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노동의 연속이기가 십상이기 때문에, 작가는 결정적인 순간순간 고도로 집중하여 생각과 마음의 방향을 바로잡고, 그에 맞게 손을 움직여야 한다. 작가 김승희는 그 까다로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고 있다.

 

장소현 (극작가, 미술평론가)